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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의 진실을 찾아서 [조선일보]

[고대사의 진실을 찾아서] [1] 동이族은 우리 조상인가

by 국강상 2021. 3. 23.

"중국 신화 속 치우가 한민족 선조" 주장도

이선민 선임기자

입력 2016.03.23 03:00

 

 

 

 

중국 산동반도의 동이와 만주·한반도의 동이(東夷)를 같은 종족으로 보는 견해도 일찍부터 제기됐다. 중국 서북부에서 수렵 생활을 하던 동이가 동쪽으로 이동해서 한 갈래는 산동반도로 들어갔고, 다른 한 갈래는 만주·한반도로 진출했다는 것이다. 1950년대 역사학자 김상기 교수는 진시황 이전 시대, 산동·회하 유역의 동이와 만주·한반도의 동이(예맥족)가 동족계 또는 동일문화계라는 가설을 제기했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중국 고대신화에서 산동 지역의 동이와 관련된 존재로 나오는 치우(蚩尤), 염제(炎帝) 신농(神農)씨, 순(舜)임금 등을 우리 민족의 기원과 연결시킨 대중서들이 나오게 되었다. 특히 2002년 월드컵 개최 당시 붉은악마 응원단이 '치우천황'을 상징 이미지로 사용하면서 대중적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이들은 산동반도와 만주·한반도의 동이를 '대(大)동이'라는 개념으로 묶어 한민족의 선조로 추앙한다.

한편 일부 중국 학자는 산동지역의 염제족이나 고이(高夷) 등의 동이가 요동과 한반도로 이주하여 한국인의 선조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산동 출신의 상나라 유민인 기자(箕子)가 주나라 무왕에 의해 조선에 봉(封)해졌다는 '기자조선설'도 이와 비슷한 논리다. 한국인의 뿌리를 중국에서 찾는 이런 논리는 최근 동북공정을 거치면서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1987년 이후 국정 국사 교과서에는 동이의 분포 지역과 고조선의 세력 범위를 함께 표시한 역사지도가 실렸다. 이 지도는 동이의 분포를 산동지역부터 한반도까지 연결하여 우리 민족과 산동의 동이가 같은 계통으로 이해될 소지가 있었다. 또 고조선의 세력 범위가 동이의 분포 지역 안에 있어 고조선이 동이를 기반으로 했던 것처럼 이해될 수도 있었다. 학자들은 이런 문제점을 거듭 지적했고, 2010년부터 이 역사지도는 교과서에서 사라졌다.

공동 기획: 한국고대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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